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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식들 잘 키워내신 당신은 ‘영웅’이니까권희숙 (유성구 관평2로)

외출했다 부리나케 돌아가는 길에 이웃집 송이 엄마를 만났다. 나보다 세 살이 적은 송이 엄마가 반가운 마음에 다가와서는 시장에 다녀오는 중이라 하기에 무엇을 샀느니, 요즘 과일 값은 어쩠느니 이야기를 나누며 걸어가게 되었다.

그런데 몇 걸음 걷자마자 “시아버님 진지 잘 드세요? 힘들지 않으세요?” 하고 물어왔다.

시아버님 모시고 산지 벌써 3년째. 송이 엄마의 말에 “응. 잘 드셔.”라고 하자 “힘들겠어요. 요즘은 다들 요양원으로 모시던데...” 하고 뒷말을 흐렸다. 그 말속에는 요양원으로 모시지 않고 왜 힘들게 집에서 모시고 있냐는 뜻이 담겨 있었다.

“그래... 그런데 뭐 어쩌겠어. 자식들 다 키워놓고 보니 당신 나이만 들어 아프고 약해지고 하신 것을. 우리들도 다 나이가 들면 아프고, 힘 빠져서 자식들한테 의지해야 할 텐데” 그런 내 말에 “네. 참 대단하세요.” 하며 말끝을 흐리는 것으로 보아 자신도 다 알지만 그게 쉽지 않다는 뜻을 비쳤다.

맞다. 좁은 집에 다 큰 두 아이들과 칠순의 시아버님이랑 함께 생활한다는 것이 쉽지는 않다. 한 번씩 울컥하고 속이 상할 때도 있고, 이게 아닌데 싶을 때도 있고, 무언가 나만 손해보고 있는 것 같아 억울한 마음이 들 때도 있다.

하지만... 자식들 키우는 사이 연세 드셨으니 아프고, 아프니 거동이 불편해지는 것이고, 몸이 약해지니 마음도 약해지고, 정신도 흐릿해져 타인의 손길이 필요한 것이 인지상정 아닌가.

자식들 키우느라 그렇게 되신 게 당신들의 잘못인가.

우리 집 사정이 허락하는 아버님은 내가 한 집에서 편히 모시고 싶다. 한평생 자식들을 위해 열심히 사신 시아버지를 위해, 당신의 수고로움에 조금이나마 위안을 드리고 싶다. 자식들 잘 키워내신 당신은 ‘영웅’이니까.

돌아가는 길에는 시아버님 좋아하시는 팥이 듬뿍 들어간 붕어빵을 넉넉하게 사니 마음이 더 푸짐해졌다.

 

권희숙 (유성구 관평2로)

 

 

임재만  newstart1@naver.com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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